태백산은 겨울 눈꽃 산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6월 첫째 주에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왜 하필 여름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겨울에 두 번 갔으니 이번엔 초록으로 덮인 천제단을 보고 싶었습니다. 유일사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아침 일곱 시쯤 도착했는데, 겨울 눈축제 때와 달리 주차장이 한산했습니다.
유일사에서 주목 군락까지
유일사 코스는 태백산에서 가장 완만한 길입니다. 숲길이 넓고 경사가 순해서 몸이 풀리는 대로 걸었습니다. 신록이 짙게 우거져 그늘이 이어졌고, 해발 1,000m가 넘는 곳이라 6월인데도 공기가 서늘했습니다. 유일사 쉼터를 지나 한 시간쯤 오르자 나무 키가 낮아지고 하늘이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목이 나타났습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처럼 수백 년 된 주목과 하얗게 마른 고사목이 능선에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겨울에 왔을 때는 눈꽃에 덮여 나무 자체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여름에 보니 비틀린 줄기와 갈라진 껍질이 그대로 드러나 오히려 세월이 더 느껴졌습니다.
장군봉을 지나 천제단으로
최고봉인 장군봉(1,567m)을 지나면 정상부가 넓고 완만하게 이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오른다기보다 고원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능선이 온통 초록으로 덮여 있고, 낮게 흐르는 구름이 능선을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태백(太白)은 '크게 밝다'는 뜻으로 옛말 '한밝뫼'를 옮긴 것이라는데, 구름이 걷힐 때마다 능선이 환하게 드러나는 걸 보니 그 이름이 이해가 갔습니다.
영봉 정상부의 천제단에 섰습니다. 돌을 쌓아 올린 제단이 넓은 정상부 한가운데 놓여 있었습니다. 삼국사기에도 태백산이 신산(神山)으로 섬겨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제천의 역사가 깊은 곳이고, 지금도 여기서 하늘에 제를 올리는 행사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제단 앞에 서서 사방으로 트인 하늘을 올려다보니 왜 이 산이 오래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는지 자연스레 느껴졌습니다.
정상부에서 본 풍경
정상부가 널찍하고 나무가 낮아 조망이 사방으로 트였습니다. 첩첩이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발아래로 펼쳐졌고, 구름이 걷히는 사이사이로 겹겹의 산그리메가 멀리까지 이어졌습니다.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라 구름이 자주 걸린다더니, 10분 사이에도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했습니다.
당골로 하산
하산은 반재를 거쳐 당골광장으로 내려섰습니다. 정상 아래 망경사와 단종비각을 지나는데, 영월에서 생을 마친 단종을 기리는 비각이 이 높은 곳에 있다는 게 새삼 뭉클했습니다. 반재부터는 경사가 좀 있는 내리막이 이어져 무릎이 시큰했습니다. 당골광장에 내려오니 낮 열두 시 반, 전체 7.5km 남짓에 다섯 시간 걸렸습니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택시로 유일사 주차장까지 돌아갔습니다.
태백산은 험한 바위나 아찔한 능선으로 압도하는 산이 아니라 넓고 둥근 품으로 사람을 받아 주는 산이었습니다. 겨울 눈꽃도 좋지만, 사람 적고 서늘한 초여름의 초록 능선도 꼭 한 번 걸어 보시길 권합니다.
코스: 유일사 탐방지원센터 → 주목 군락 → 장군봉 → 천제단 → 망경사 → 반재 → 당골광장 (약 7.5km, 5시간)
짧게: 유일사 → 천제단 왕복 (약 8km, 4시간).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도 무리 없음
주차: 유일사 탐방지원센터 또는 당골광장. 종주 시 차량 회수(택시) 계획 필요
추천 시기: 눈꽃 1~2월, 신록 6월, 철쭉 5월 중순, 단풍 10월
준비물: 정상부는 사철 바람이 세고 기온이 낮아 여벌 옷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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