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다음 날, 맑을 거라는 예보만 믿고 새벽에 정선 고한으로 달렸습니다. 함백산은 해발 1,573m로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인데, 들머리인 만항재가 1,330m라 정상까지 표고차가 250m밖에 안 됩니다. '가장 쉽게 만나는 눈꽃 산'이라는 말이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만항재로 오르는 도로는 밤사이 제설이 되어 있었지만 응달 구간은 살얼음이라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 일곱 시, 영하 12도였습니다.
만항재에서 출발
아이젠을 차고 출발하자마자 낙엽송 숲이 나타났습니다. 밤새 내린 눈이 가지마다 올라앉아 숲 전체가 하얗게 서 있었습니다. 길은 함백산 기원단을 지나 KBS 중계소 입구까지 거의 평지처럼 완만해서, 산행이라기보다 눈길 산책에 가까웠습니다. 몸이 채 풀리기도 전에 능선 데크길에 올라섰습니다.
능선에 올라서자 동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능선 위로 올라오면서 서리꽃마다 빛이 걸렸는데, 사진을 찍느라 걸음이 자꾸 멈춰 앞사람과 거리가 벌어졌습니다. 함백(咸白)이라는 이름은 이웃한 태백(太白)과 함께 '크게 밝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하는데, 아침 해를 안고 선 하얀 능선을 보니 그 이름이 그대로 와닿았습니다.
마지막 오르막, 그리고 정상
중계소 입구를 지나면 정상까지 마지막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짧지만 경사가 있어 여기서 처음으로 숨이 찼습니다. 울타리를 따라 이어지는 눈길 양옆으로 바위와 상고대가 어우러져 있었고, 바람이 세지면서 체감온도가 뚝 떨어졌습니다. 얼굴을 가린 버프가 금세 얼었습니다.
정상에 서니 방송 송신탑과 돌탑, 정상석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통신 시설이 꼭대기를 차지한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그만큼 이 산이 강원 남부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운 자리라는 뜻이라 생각하니 이해가 갔습니다. 남쪽으로는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물결처럼 겹쳤고, 하얗게 얼어붙은 능선 너머로 주변 고봉들이 층층이 드러났습니다. 정상 바위에 올라선 분들이 번갈아 사진을 찍고 있어서 저도 차례를 기다려 한 장 남겼습니다.
내려오는 길
하산은 왔던 길을 되짚었습니다. 오전 열 시가 넘자 해가 높아지면서 서리꽃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올라올 때 하얗던 가지들이 벌써 검은 속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상고대를 보려면 왜 이른 아침이어야 하는지 눈으로 확인한 셈입니다. 만항재에 내려오니 열한 시가 조금 안 됐습니다. 왕복 6km 남짓, 사진 찍는 시간을 포함해 네 시간 걸렸습니다.
높이는 남한 여섯 번째, 오르는 수고는 동네 뒷산 수준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겨울 산행을 처음 해 보는 분께 첫 산으로 권하고 싶은 곳입니다. 다만 능선 바람은 만만치 않으니 방한 장비는 제대로 갖추고 가시길 바랍니다. 여름에는 만항재 일대에 야생화가 피어 '천상의 화원'이라 불린다니 그때 한 번 더 올 생각입니다.
코스: 만항재 → 기원단 → 중계소 입구 → 정상 → 왕복 (약 6km, 4시간 · 사진 촬영 포함)
더 걷고 싶다면: 두문동재 → 백두대간 능선 → 정상 (약 8.6km, 4시간, 중급)
주차: 만항재 주차장. 겨울에는 도로 결빙·통제 여부를 출발 전 확인
추천 시기: 12~2월 눈 온 다음 날 맑은 아침. 7~8월 만항재 야생화
준비물: 아이젠·방풍 의류·버프·장갑 필수. 봄가을 산불조심기간 통제 구간 확인
대한민국의 다른 명산 산행기는 mountain100.com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