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주왕산, 기암과 협곡이 빚어낸 청송의 가을 단풍 명소

10월 마지막 주, 청송 주왕산에 다녀왔습니다. 단풍 절정기 주말은 주차장 진입부터 한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평일 새벽에 출발해 아침 일곱 시 반에 대전사 앞 주차장에 닿았습니다. 그 시간에도 사진기를 든 분들이 벌써 계곡 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안개가 옅게 깔린 아침이었습니다.

대전사에서 협곡 입구까지

주왕산은 높이가 720m 안팎으로 높지 않고, 대표 코스인 계곡길은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깝습니다. 대전사 뒤로 우뚝 솟은 기암을 올려다보며 계곡을 따라 걸으면 20분쯤 뒤 협곡이 시작됩니다. 아침 햇살이 숲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와 안개를 뚫고 내려앉는 모습이 첫 번째 볼거리였습니다.

숲 사이로 드는 아침 햇살. 대전사를 지나자마자 걸음이 멈췄습니다.
숲 사이로 드는 아침 햇살. 대전사를 지나자마자 걸음이 멈췄습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이어지는 탐방로. 협곡 입구입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이어지는 탐방로. 협곡 입구입니다.

주왕산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나라 말 스스로 주왕(周王)을 칭하며 세력을 일으켰다가 신라로 쫓겨 들어와 이 산에 몸을 숨겼다는 인물의 전설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가 숨었다는 주왕굴이 지금도 남아 있고요. 협곡 양옆으로 수직 절리가 발달한 바위 병풍이 늘어선 걸 보니, 숨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었겠다 싶었습니다.

협곡을 이룬 기암 절벽. 좁은 골짜기 양옆으로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협곡을 이룬 기암 절벽. 좁은 골짜기 양옆으로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협곡 위로 쏟아지는 햇살. 정오 무렵이 되어야 골짜기 바닥까지 빛이 닿습니다.
협곡 위로 쏟아지는 햇살. 정오 무렵이 되어야 골짜기 바닥까지 빛이 닿습니다.

단풍 터널을 지나 용추협곡으로

학소대와 급수대, 시루봉의 기암을 차례로 지나면 데크길이 단풍 속으로 들어갑니다. 좁은 협곡 안에 단풍이 겹겹이 들어차 있어 데크길을 걷는 것만으로 단풍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계곡의 소와 웅덩이마다 단풍이 비쳤고, 역광에 비친 잎은 투명하게 빛났습니다. 사진 찍는 분들이 소 앞에 나란히 서 있어서 저도 그 뒤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단풍 터널을 지나는 데크길. 이 구간에서 걸음이 가장 느려졌습니다.
단풍 터널을 지나는 데크길. 이 구간에서 걸음이 가장 느려졌습니다.
물에 비친 단풍. 이 소 앞에서 열 명 넘게 삼각대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물에 비친 단풍. 이 소 앞에서 열 명 넘게 삼각대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낙엽이 내려앉은 계곡의 소(沼). 물이 맑아 바닥 돌이 다 보였습니다.
낙엽이 내려앉은 계곡의 소(沼). 물이 맑아 바닥 돌이 다 보였습니다.
푸른 물빛이 감도는 웅덩이. 단풍과 물빛의 대비가 좋았습니다.
푸른 물빛이 감도는 웅덩이. 단풍과 물빛의 대비가 좋았습니다.

용추협곡에 들어서자 절벽이 머리 위로 좁아졌습니다. 용추폭포를 지나 절구폭포, 용연폭포까지 이어지는 이 구간이 주왕산의 핵심입니다.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계곡 일원이 명승으로, 2017년에는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핵심 명소로도 이름을 올렸다는데, 협곡 안에 서 보니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장 붉게 물든 구간. 용추협곡 직전입니다.
가장 붉게 물든 구간. 용추협곡 직전입니다.
역광에 비치는 단풍잎. 해가 골짜기로 들어오는 짧은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역광에 비치는 단풍잎. 해가 골짜기로 들어오는 짧은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계곡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
계곡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

되돌아오는 길

용연폭포에서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오전 열 시가 넘자 계곡길이 사람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아침에 혼자 서 있던 소 앞에는 줄이 서 있었습니다. 넓은 계곡을 따라 걷는 하산길은 오르막이 거의 없어 편했습니다. 아치형 돌다리를 건너 대전사로 내려오니 열한 시, 왕복 7km 남짓에 세 시간 반 걸렸습니다. 사진 찍는 시간이 절반이었습니다.

넓은 계곡을 따라 걷는 사람들. 오전 열 시가 넘자 길이 붐볐습니다.
넓은 계곡을 따라 걷는 사람들. 오전 열 시가 넘자 길이 붐볐습니다.
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돌다리. 대전사가 멀지 않은 곳입니다.
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돌다리. 대전사가 멀지 않은 곳입니다.

주봉이나 장군봉, 가메봉까지 오르는 능선 코스는 이번엔 가지 않았습니다. 주왕산의 진짜 얼굴은 정상보다 계곡에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걸어 보고 알았습니다.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분이나 가족 단위로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니, 단풍철에 꼭 한 번 가 보시길 권합니다. 대신 평일 아침 일찍 가셔야 사람보다 단풍이 먼저 보입니다.

산행 메모
코스: 대전사 → 학소대 → 시루봉 → 용추협곡 → 절구폭포 → 용연폭포 → 왕복 (약 7km, 3시간 30분 · 사진 촬영 포함)
난이도: 쉬움. 데크와 평지 위주라 가족 단위도 무리 없음. 주봉·장군봉·가메봉 능선 코스는 초중급~상급
주차: 대전사 앞 주차장. 단풍 절정기 주말은 진입 정체 심함
추천 시기: 10월 하순 단풍. 협곡 그늘이 많아 여름도 시원하고, 겨울 빙폭도 볼 만함
준비물: 편한 운동화로도 가능. 골짜기 안은 해가 늦게 들어 아침엔 쌀쌀함

대한민국의 다른 명산 산행기는 mountain100.com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주왕산 가을 협곡을 담은 힐링 영상

바래봉의 봄 철쭉과 주왕산의 가을 단풍 사진에 직접 만든 이지팝 6곡을 입힌 17분짜리 영상입니다. 가사가 화면에 함께 나오고, 주왕산 협곡 구간은 8분 46초부터 이어집니다. 일하거나 책을 읽을 때 틀어 두셔도 좋습니다.

더 많은 산과 음악은 유튜브 Still Times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북한산 백운대, 우이동에서 하루재·백운산장 지나 쇠난간 잡고 오른 서울의 가을 단풍 산행

북한산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100대 명산인데도, 정작 백운대를 단풍이 절정일 때 올라본 적이 없었습니다. 늘 봄이나 초여름에만 다녀왔습니다. 10월 셋째 주 토요일, 전날 밤 예보에 미세먼지 없이 맑다는 말이 떠서 새벽에 알람을 맞췄습니다. 이번에...